생활

후덜덜...

jayjean 2007. 3. 5. 11:26

방금 좀 난감한 상황 겪고 왔다.(저녁 7시 40분 경?)

위험했던 상황인지, 황당했던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잠시 집의 patio(우리 아파트 베란다 쯤에 해당)에 나갔는데 우리 아파트 앞편의 도로에 웬 남자가 걸어가는걸 봤다.
술이 취했는지 비틀비틀 하는데, 이 나라와서 밤에 걸어서 다니는 사람도 잘 없는 판에 취객이라니.

신기해서 보고있는데 하는 짓이 가관이다.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우리 집 바로앞 교회의 잔디밭에 오줌을 누려는지 잠시 섰었다가, 술김에 걸어가면서 오줌을 누는거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오줌을 싸면서 걸어가는데 상태가 많이 심각했다.
그러다가 동네개가 짖는걸 보고 소리 지르고..전형적인 주정뱅이 행태라 걱정반 재미반 보고있는데..갑자기 막 뛰어간다. 도로엔 차들이 다니고 있는데 위험해 보였다.

그러다가 길거리에 쓰러져서는 일어나질 않는거다. 차들은 양편으로 계속 오가고 있고...

보다보다 너무 위험해 보여서 급히 밖으로 나가 차를 끌고 나갔다.
좀 가다보니 그가 다시 걸어가고 있더라.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비상깜빡이를 켜고는 그에게 갔다.

"위험해 보여서 그러는데 집이 어딘지 알려주면 태워주겠다" 했더니 "괜찮다. 집까지 걸어갈 수 있다."
그러는데  거의 제정신이 아닌거 같았다.

"괜찮다. 집이 어딘지만 알려주면 내가 태워주겠다" 계속 이야기하니 이 사람이 나보고 고맙다고 하면서도 혼자 갈수 있다는 거다. 나선 김에 집까지 태워다주려고 계속 이야기 하는데 경찰차가 맞은편길에서 왔다.

내가 "술이 취한거 같은데 집에다 데려다 주려 한다"고 하니 경찰이 차를 돌려 우리 옆에 섰다. 그걸 보고는 그 남자가 "아 나 감방에 갈건데.." 그러는거다.
내가 "아니 이제 괜찮을거다. 저 사람이 집까지 데려다 줄거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 경찰이 내려서 우리 옆으로 왔다.

그러더니 그 남자에게 "뒤로 돌아서서 무릎꿇고 앉아라" 하더니 바로 수갑을 채우는 거다.
내가 좀 황당해서 "그냥 술 취해서 좀 위험해 보여서 내가 태워다 주려는 거였다" 그러니까 경찰이 잠시 뒤로 물러나서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수갑을 채운후에 주머니를 뒤지는 거다. 바지 주머니에서 주머니 칼이 하나 나오고, 삐삐가 하나 나오고, 뒷주머니에서 맥주캔이 나왔다.

그러는 새 경찰차가 한 대 더 와서 정지하고, 내차가 한쪽 도로에, 맞은 편엔 경찰차가 두 대 서있으니 오가는 차들도 막히고..상황이 이상하게 꼬인다 싶어서 더럭 불안해 지는거다.

경찰이 그 남자 이름을 물으니 "carl john"이라고 자기 이름은 제대로 말하는데, 그를 경찰 차에 태우더니 나에게 와서는 무슨일이냐고 하더군. 그래서 "저 위에 아파트에 사는데, 그가 술취해서 걷는 걸 봤다. 보기에 위험해 보여서 집까지 태워다 주려고 왔다" 했다.

그러자 경찰이 하는 말이 "이 남자가 아까 그 주머니 칼로 저 윗편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을 위협해서 신고를 받고 온거다. 당신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어 위험해서 뒤로 물러나라고 한거다. 이제 됐으니 가도 된다. 고맙다" 라고 한다.

나름 호의로 남을 도우려던 게 체포 현장에 있게 되서 황당하기도 하고, 주머니 칼을 보고나니 좀 불안해 지기도 하고 돌아오는데 후덜덜 했다.

기껏 10분 새에 다 벌어진 일인데,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혹시 총이라도 가졌으면 어쨌을까? 경찰이 진술하러 가자고 했으면 어쩃을까? 나 땜에 감방에 갔으니 두고보자고 벼르고 있으면 어쩌나?...잡생각이 그제서야 드는거다.

술꾼들이 온갖 사고 다 쳐도 대충 넘어가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이 놈의 나라는 그런거 도와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가 보다.  


사건이 발생한 우리집 patio에서 바라본 집앞 도로와 교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