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calling occupants

jayjean 2011. 5. 10. 19:42

일요일 밤의 '나는 가수다' 프로가 인기를 끄는데.

초반엔 직업 가수에게 노래 자랑을 시켜서 떨어뜨리는게 말이되냐? 이런 말도 많았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단순한 노래 자랑이 아니라 타인의 곡을 자기 스타일로 해석해서 부르고 그것에 대해 관객의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라는게 먹혀들고 있는거 같다.

초반의 그런 반감에는 '가수는 그저 작곡가가 써준 곡을 잘 불러주면 그만' 이란 생각에 노래 겨루기 수준으로 생각해서가 아닌가 싶다.

서구에서는 리메이크라는걸 단순하게 '좋은 곡 한번 더 우려먹기'가 아니라 '명곡의 재해석'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노래들에 대해서는 그런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곡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있고.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강해지다 보니 몇년전 경향 신문의 '한국의 100대 명반' 시리즈와 같은 기획도 가능했다 싶은데,
같은 맥락에서 '나는 가수다'도  한국 가요 고전의 재해석 이라는 측면에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1976년 캐나다 밴드인 Klaatu가 낸 3:47 EST란 앨범에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라는 곡이 실렸다.
밴드의 음악 스타일이 너무나 비틀즈와 흡사한데다, 밴드의 멤버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비틀즈 멤버들이 비밀리에 만든 음반이라는 소문까지 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일부 애호가들의 이야기 일 뿐.
일반 대중에게 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밴드인 만큼 그들의 좋은 곡들도 알려지지 않은 곡들 중 하나로 역사에 묻히는 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당대의 세계적 스타이던 carpenters 남매가 이 곡을 발견하고 1977년 리메이크곡을 부르게 된다.
좋은 곡에 카펜터스의 명성이 실리니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77년도 빌보드 차트에는 32위까지 올랐지만, 이 곡이 실린 앨범의 성공에 따라 엄청나게 알려진 곡이 된다.
그에 따라 원곡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 무명에 가깝던 klaatu의 원곡도 같은 해에 빌보드 67위까지 오른다.

나는 가수다에 나왔던 옛가요들이 음원 챠트 상위권을 휩쓰는 것을 보고는 이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이젠 먹고 살만한 정도를 넘어, 자부심을 가질 만한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지니까
우리나라 노래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재해석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진게 아닐까.
KLAATU의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Carpenters의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