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paris, texas

jayjean 2007. 8. 5. 10:56
1984 년도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영화인 paris, texas가 있다.

80년대 당시 십대들에게 인기있던 여배우들인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 등과 함께 나타샤 킨스키도 '테스' 이후로 엄청난 인기였던 시기이다. 주로 청순한 10대 이미지로 인기를 끌던 다른 여배우에 비해 그녀는 '테스', '캣 피플'에서 다소 어두운 이미지의 연기가 더욱 신비감을 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kings of the road와 같은 로드 무비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던 빔 벤더스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찍은 '본격  극영화'가 이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텍사스라는 매우 상반된 두 이미지를 제목으로 사용한다.
도저히 복구할 수 없이 파편화되어 버린 가족 관계와 사랑이라는 영화의 내용을 상징하기 위해서?
아니면 나타샤 킨스키라는 배우와 해리 딘 스탠튼이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제목?
 
작년 이곳으로 와서 I-30 고속도로를 오가며 이 제목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게되었다.

paris, texas는 실제로 텍사스에 존재하는 도시였던 것이다.


텍사스 북동부에 있는 작은 소도시인 paris는 영화가 칸느 영화제 최고상도 받을만큼 인정받았으나 도시는 그 이후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 이 영화는  이 도시에서 단 한 컷도 찍지 않았고, 이 도시라고 등장하는 장면도 전혀없다.
travis와 walt 형제의 부모가 paris, texas에서 만났다는 점, 그의 아버지가 항상 사람들에게 "우린 파리에서 만났지"라고  이야기 한다는 내용 만이 언급될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땅을 사 두었다는 말을 하지만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 곳엔 가지 못한다.

결국 벤더스 감독에게 paris, texas는 전혀 이질적인 곳에 지어진 터무니 없는 멋진 이름, 다시 말해 아무리 만들어 내고 싶어도 신기루처럼 결코 실현되기 힘든 파편화된 가족을 상징하는 메타포를 가장 적절히 보여줄 도시가 paris, texas 였었나 보다. 그 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영화에서 단 한번도 실제 장소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내가 사는 greenville에서 불과 50마일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한번은 꼭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서 갔다 와 봤다.


영화 속의 Ry cooder의 스산한 슬라이드 기타 소리와  너무나 잘 어울렸던 사막같은 풍경은 보기 힘들다.
 


양 옆으로 뺵뺵한 숲이 우거진 텍사스 24번 하이웨이.
듬성듬성 보이는 농가나 목장 주택외에는 거의 사람 구경하기 힘든 길이다.




PARIS라는 시 표지판과 그 뒤편의 공동 묘지가 방문자를 맞는다.



시청사 건물.
완전히 쇠락한 다운타운에 자리잡아 주변 상권이 거의 남지않은 greenville 시청과 유사한 건물 모양과 입지를 보여준다.
greenville같은 경우는 downtown이 완전히 남쪽으로 여러 블럭을 옮긴 이후에도 예전 자리에 있지만
paris는 다운타운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

인적도 드물고 건물도 낡은 토요일 오후의 관청가 일대.
대도시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상당히 낙후되어 있음이 한 눈에 드러난다.


다운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lamar county 법원(paris는 lamar county의 중심도시이다).


법원 건물 길 건너편의 교회.


이 자리에서 눈을 돌리면 다음 블럭에 다운타운이 보인다.

다운 타운 한 가운데에 만들어진 광장 분수대.
도시 규모에 답게 아주 아주 아담한 광장이다.



가장 크고 화려해 보이는 상가 건물 grand plaza.


이 곳이 paris city의 main street이다.



입간판을 찍느라 조리개 조절을 한 탓에 위에서는 어두운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햇빛이 가장 심한 오후 시간.


이 곳은 plaza 극장.



1916년에 대 화재가 일어나 다운타운 대부분이 전소되었던 것을 복구된 것이며, 이 광장은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라 함.
무려 40마일 밖에서 불난것이 보였다니 당시로선 엄청난 대 화재 였던듯.,



광장 주변으로 무료 주차가 가능한 것을 보니 진짜 작은 도시임이 실감된다.


그늘에 앉아서 책이라도 보면 딱 좋을 듯한 소박한 광장.


도무지 프랑스 파리와의 아무런 연관성이나 유사성을 찾기 어려운 도시이지만 광장 주변엔 모두가 이런 골동품 가게들.


저 쪽에 보이는 붉은 간판은 유럽풍 골동품(european antique) 가게라나?





다운타운을 벗어나 조금 더 달리다 보면 나오는 기차역.

하지만 여기는 기차역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예전의 기차역.
이곳은 그 당시 기차역의 창고였던 곳을 heritage museum으로 만든 곳이다.

열차와 함께 뻗어나갔던 19세기 말의 미국 개척기의 열풍이 느껴지는 넓은 역사 앞 공터(지금은 주차장).
그 옆 공간은 코카 콜라 저장 창고로 지금은 사용되는 중....

말을 매어놓고 열차를 탄다던지, 짐을 받아가고는 했을 당시의 건물 구조.
서부 영화에서 보이던 그 당시 말을 매어두던 장소가 이젠 주차장으로 쓰인다는 점이 변화이지.


박물관 맞은 편의 예전의 역사 건물은 이제 상공 회의소(chamber of commerce)로 쓰이고 있다.
visitor center라고 쓰여있어서 가봤으나 따로 준비된 것은 없는 듯.


이 곳에 철도 운행 수가 가장 높았던 때가 2차 대전 당시라는데 그 이후 철로와 역사가 옮겨 가면서 남은 자리.


차도 없는데 엄청나게 넓은 주차장이 예전의 영화를 더욱 되새기게 만드는건 아닌지.




유일한 고등교육 기관인 Paris Junior college는 먀우 넓은 시설을 보여준다.
캠퍼스 뒷편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공원, 운동장들이 아주 크다.



civic center 건물.
왼편 구석에 보이는 붉은 모자를 쓴 것이 이 도시의 상징물.


이름하여 eiffel tower!!!
기껐 4~5 미터 정도 될 크기에 파이프를 용접해 만든 조악한 모조품이지만...



paris, texas임을 나타내주는 붉은 카우보이 모자를 꼭대기에 씌워 놓았다.



더무지 프랑스 파리와는 유사점을 찾기힘든 이 곳은 다운타운만 살짝 벗어나도 이런 전형적인 텍사스 시골길이 나온다.


이 나라와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하늘이 참 넓다.



하늘 넓이가 다르겠나 마는 사방으로 뻥 뚫혀있는 넓은 시야각이 우리나라에서 보던 하늘보다 훨씬 넓어 보이게 한다.


너무 넓으니 광각 렌즈에도 담을 수가 없구먼...